
설계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그것도 아픈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 다르기 마련이다. 이 프로젝트는 부부와 알츠하이머 어머니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사는 아파트의 리모델링으로, 디자이너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디자이너가 받은 미션을 보면, 첫째,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오래된 아파트라는 것, 둘째 두 부부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사진작가인 남편은 음악, 커피, 자전거 등 즐기는 취미생활이 많다. 셋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안정한 공간일 것, 마지막으로 고양이 세 마리도 함께 사는 것이었다.
디자인하기에 앞서 클라이언트가 사는 공간을 먼저 보았는데, ‘이사 가기 전에 짐을 포장해놓은 상태’와 같았다. 현관문에는 도어락이 5개, 방마다 자물쇠가 서너 개, 모든 장과 심지어 김치냉장고까지도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디자이너는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과 어머니가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벽과 문의 구분이 어렵도록, 쉽게 인지되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어머니가 다닐 수 있는 영역을 자연스럽게 구분 지어져 있다. 그것은 문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과 같은 억지스러운 방법이 아닌,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이 벽처럼 인식되게끔 한 것이다.






때론, 디자이너는 의사가 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처럼 특별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디자이너는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도 풀기 어려운 숙제를 해냈을 때 기쁨이 더 크듯,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이 주는 여운이 남다른 것은, 착한 사람들이 사는 ‘착한 공간’이어서인 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