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
ⓒ KyungSub Shin
Site Plan
어느 순간부터 일까? 우리의 도시에는 점점 표정이 사라지고 있다. 무표정한 아파트 입면은 우리의 도시를 둘러싸고 있고, 거리는 자동차가 즐비한 주차장으로 변해가며 점차 삭막하게 변해간다. 길과 건물이 만나는 순간은 표정 없는 담벼락에 의해 단절되고, 또 집과 집 사이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공간으로 버려진 채 우리의 도시는 그렇게 변해간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담장의 정의를 살펴보면,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여 침입을 막고, 경계를 구분 짓거나 시선을 차단하여 개인 생활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건축구조물이라 되어있다. 무엇으로부터, 그리고 무엇과 무엇의 경계를 구분 짓는다는 것일까? 나의 사적 재산인 대지의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함일까 혹은 나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기능과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어온 요소일까.
ⓒ Jaekyung Kim
Section
ⓒ Jaekyung Kim
본 프로젝트는 경상남도 하동 비파리에 계획된 노모를 위한 25평 규모의 작은 주택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은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도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아들 3형제는 노모를 위해 오래된 집을 헐고 새로이 계획하고자 하였다. 대지는 사방이 논밭으로 펼쳐져 있으나, 남동측으로는 경전선 철도길이 지나가고 북서측으로는 소나무가 가득 심겨 사시사철 푸르름을 바라볼 수 있는 비파섬이라 불리는 작은 숲을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주택을 계획함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사방이 논밭으로 펼쳐진 이 시골에서 과연 집이라는 사적 영역과 이 외의 영역을 어떻게 관계 맺도록 할 것 인가였다. 그리고 이를 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담장’이라는 요소를 건물과 분리하여 대지의 경계를 둘러싸며 벽으로 축조하는 방식이 아닌, 건물과 담장을 일체화 하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에 수많은 다양한 매개공간을 창출하는 장치로써 이용하기로 계획하였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Section
ⓒ KyungSub Shin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주택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어디가 주 진입로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벽돌 벽이 사방으로 그 크기와 오프닝을 달리하며 둘러 쌓여 있는데, 벽돌 사이의 슬릿을 통해 들어가면 단정한 출입문을 만나게 된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주택은 남북으로 시원하게 오프닝이 열린 거실을 중심으로 서측으로는 주방이, 동측으로는 마스터룸, 게스트룸 1,2가 계획된다. 거실의 양 끝에는 벽돌로 된 곡선의 벽에 의해 작은 포켓 정원이 생성된다. 북측의 곡선 벽면에는 상부로 아치형 오프닝을 뚫어줌으로써 거실 내부에 앉아서도 북측의 비파섬의 초록이 보이도록, 남측 곡선 벽면에는 하부로 아치형 오프닝을 뚫어줌으로써 바람과 기차길 소음을 막아주면서도 담벼락 뒤 정원과는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시켜줌으로써 아늑하고 포근한 정원을 만들어 주었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또한, 동측 게스트룸에는 지름 7.5미터의 반원으로 된 곡선의 벽돌 벽면을 연장하여 작은 포켓정원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근래 집 근처에 경전선 기차역이 생김으로써 추후에 발생할 변화에 대한 대비책임과 동시에 도시계획선에 의해 확폭되어 인접하게 될 도로로부터의 소음을 막아줌과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 또한 부여해 주었다. 벽면의 하부에는 작은 오프닝을 뚫어 주어 이웃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 또한 마련해 주었다. 마스터룸의 동측 벽면에는 벽체의 일부가 연장되어 도로에서부터 침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였고, 마지막으로 서측 부엌 옆으로 곡선으로 된 벽면 일체가 연장되어, 주방을 위해 서늘한 그늘을 마련해 주면서도 장독대와 농사를 위한 기구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배려해 주도록 하였다.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Plan
ⓒ KyungSub Shin
이처럼 건물과는 독립된 요소로써 여겨지던 담장을 건물과 함께 계획함으로써 주택은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형태적으로는 좀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담장에 의해 생성된 다양한 매개공간은 사적영역에는 좀더 풍부한 공간감을 부여하고, 공적영역과 만나는 곳에서는 좀더 다양한 표정을 부여해 주도록 하였다. 서로 다른 공간 사이에 놓이는 경계공간이면서 또 다른 채움을 기다리는 연결지점으로써의 공간. 우리는 그렇게 우리 거리에서의 다양한 표정을 기대해 본다.■
ⓒ Jaekyung Kim
ⓒ KyungSub Shin
ⓒ KyungSub Sh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