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주 이야기
아주 찰나적인 적막을 깨고, 젊은 부인께서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이상한집 하나 설계해주세요!", "블로그에 있는 그림들이 좋아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물론 예산은 충분치 않았지만 적정하게 재미있는 집을 디자인 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침 스킵플로어를 주제로 소형주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터라, 쉽게 그 방향을 시작점으로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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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이야기
사실 육십여 평의 땅이 위치한 곳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신형 택지 개발지구 중의 한 조각이었고, 주위에는 작년부터 시작된 단독주택 짓기 열풍의 흔적들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아파트가 지긋지긋해진 젊은 건축주 입장에서 본다면, 중요한 것은 땅 자체, 마당을 소유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는 일인 것이다. 그 넓지 않은 땅에 그들의 희망이 그들의 땀으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지 마음이 꽤 따뜻해진다.
중정과 스킵플로어
스킵플로어의 매력은 각층이 독립적이면서, 위 아래층으로 시선이 교차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기본조건에 실내 중정이 더해지니, 시선과 공간감이 확장되고, 역동적인 기운이 맴돌게 된다. 회오리에너지는 실제로 잔잔한 실내공기의 대류로 표현되고 건물 외부의 소용돌이 패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목구조
요사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경골목구조 주택은 이미 10여년전부터 국내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목구조 주택의 가장 큰 두 장점은 시공속도 와 단열성능에 있고, 특히 작지만 여러 층을 만들어야 하는 스킵플로어 형식에는 콘크리트보다 매우 유리하다. 현장에서 나는 나무의 향과, 목구조 자체의 아름다움이 매우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롤리팝 - 또하나의 욕망 혹은 차원
사실 랄리팝이라고 이름을 짓기 전에 이미 달팽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동네에서는 좁은 쪽 입면을 보고 로봇 머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적정한 가격에 디자인이 과 개성이 담긴 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니클로 가 생각나기도 했고, 개성 있는 자동차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레이싱 걸 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새로 지어준 이름처럼, 랄리팝 하우스는 그녀들이 즐기고 있는 사탕이 되기도 한다.


1st Floor Plan

2nd Floor Plan

3rd Floor Plan


건축주의 변
서울. 주상복합 꼭대기에서 우리 가족의 삶은 무척이나 안전하고 편리했다. - 김대성
현대인의 삶에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내 생활이 왜이리 간결해진 걸까? 아파트가 재미없다.
땅을 밟고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린 1년전부터 다음 주거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었으나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서울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3억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집 짓기에 대한 꿈이 생기게 되었다.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수 많은 논의를 거쳐
우리 예산과 기준에 맞는 택지를 매입했다.
그 즈음 다양한 건축가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건축가 한 분을 찾아갔다. 사각 위에 고깔을 쓴 집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다른 건축가에게 눈 돌릴 새도 없었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재미와 위트, 상상력으로 가득 찬 건축물과 그림들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건축가인지라 소통이 어렵진 않을까라는 박제된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난 건축가는 예전부터 알던 친한 지인인양 스스럼없이 우리의 집에 대한 생각과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우리가 소장님께 의뢰한 집은 중정이 있고 계단이 중심이 되는 골 때리는 집이었다. 특유의 미소로 본인에게 오길 잘했다며 자신감 있게 머리를 쓸어 넘기셨다. 일주일 후 우리는 핫 핑크와 노랑색으로 칠해진 Warcraft 5에나 나올법한 집을 만났다. 반 층씩 올라가는 이 집은 부엌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가변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중정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과감하게 천창을 뚫어 개방감까지 지녔다. 너무 마음에 들어 감탄만 연발했다. 재미있는 정말 특별한 설계였다. 집은 우리의 예산과 생활패턴에 맞게 몇 주에 걸친 미팅으로 최적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도면은 완성됐다.

건축주에게 집짓기는 9할이 기다림이다. 처음 땅 파는 시작도 보름을 넘기고 창호제작 때문에 또 보름, 그리고 외장으로 정한 컬러강판 제작이 미뤄져서 한달 반이 지연되었다. 덕분에 느리게 내장이 시공되었고 우린 몇 가지 소소한 인테리어를 시도하게 되었다. 바로 나머지 1할인 선택. 집 짓기를 시작하면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파트처럼 모든 게 정해져서 설치되는 것이 아니니 건축주는 타일부터 화장실 액세서리, 바닥재,등 하나까지 다 정해야 한다. 우린 거실 창틀에는 카페처럼 긴 테이블도 부착하고 방문은 미니멀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천정까지 높인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했다. 문소장님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조언도 탁월했다. 철재지만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격자 핸드레일, 깔끔한 느낌의 몰딩, 가족 구성원의 키만큼 뚫어 재미를 더한 중문 디자인, 딸아이 놀이방 수납장 디자인 등 집 구석 구석 문소장님의 멋진 아이디어가 더해져 있다.
내장이 마무리 될 즈음 외장이 입고되어 숙련된 기술 팀에 의해 외장이 붙여지고 그림으로만 보던 집이 현실이 되었다. 너무나 파격적이라 생각했던 외관은 도리어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침과 저녁의 느낌이 다르며 맑고 흐린 날의 모습이 또 다르다. 우리집은 특이한 게 아니라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집이었다.
집은 중정으로 인해 다소 춥겠거니 각오하고 지었지만 이 집은 목조주택이다. 기대이상으로 그간 살았던 아파트보다 따뜻하고 낮에는 천창으로 드는 빛으로 집안 곳곳이 아늑하게 밝다. 거실 쇼파에 누워 천창을 보는 재미는 뭐라 표현이 안된다. 누워있으면 중정에서 순환하는 공기가 자꾸 코를 친다. 비오는 날 천창에 내리는 비 보며 아이와 다락에서 차 마시는 시간도 너무 달콤하다.

우리는 아무 계단에나 앉아서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층에 앉아서도 어렵지 않게 대화를 한다. 단절되어 있지 않고 중정을 통해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어 가족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 수 있다. 이 집은 늘 다른 느낌을 주고 공간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재미가 있다.
또 살면서 이 집에 우리가 만든 재미가 보태질 것이다. 남편의 사진과 아이의 그림, 예쁜 시계, 책들이 벽면을 채우고 잘 찾아보면 구석구석 아이의 낙서가 거미줄 속에 숨어 있을 테고 늘 내 손만 거치면 시들던 꽃과 나무들도 꼿꼿이 자라 아이의 오랜 친구가 되어 있을 거 같다. 집 짓는다고 평소처럼 놀아주지도 책도 읽어주지 못했지만 울지 않고 늘 엄마 아빠를 기다려주고 오히려 안아주는 우리 수민이가 이 집에서 지금처럼 눈부시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아이의 눈높이를 어림잡아 대하기보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서 아이가 그 행복을 온전히 같이 공유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우린 집을 짓기 전에도 행복했지만 집을 짓고 나서 더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눈뜨고 매일 같이 하던 일을 하는 일과에서 아침에 눈을 떠 물 한잔 같이 마시는 순간에도 좋다라는 말을 연발하게 되고 집에서 하는 작은 일들이 새롭고 좋은 에너지로 쌓이고 있다. 이 집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리고 집이 너무 재미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