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리 33
'낙엽이 진 눈도 내리지 않는 늦은 가을의 스산함, 저마다 행인의 발걸음을 세우려 목청 높여 부르는 거리의 노래가 만들어 내는 아우성'
헤이리 마을은 언젠가부터 가슴과 뇌리 속에 이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단지의 처음, 몇몇 건축물이 들어서고 그들의 노래를 들려줄 때만 해도 헤이리는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의 장소였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디에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건축물들의 저마다의 이야기가 이제 군중의 혼란스러운 아우성처럼 들려지는 것은 나만의 감성만은 아닌 듯하다.



‘건축물은 살아있는 생명과 같다’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독립된 환경에 놓여 진 개별 건축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 인문,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한 총체적인 환경과 관계 맺고 있는 건축물의 성질에 대한 것이다. 마을이 만들어진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생물처럼 변화하는 헤이리 마을에 대해 처음과는 다른 의미의 애정과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의 특별함 속에서 건축물의 방향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1년이 넘는 설계 기간동안 대지 찾아보기를 몇 번, 우리가 어렵사리 얻은 답은‘함께 살기’였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헤이리 마을의 건축물 속에서 소리 높여 자기에게 귀 기울여 달라고 하지 않고 주변과 함께 닮으면서 가만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스로의 노래를 부르는 건축물이 되기를 바랐다. '함께 살기'란 무엇일까? 그것은 ‘포용과 동화’라는 의미를 담아내는 것으로 다가온다. 주변의 형태적 특징인 사각의 덩어리를 기본 개념으로 가로에 순응하는 외부 벽체의 배치, 주변에 흔한 재료는 인접 건축물의 특성을 따르고 있으며, 시각적 부담 없이 주변과 환경에 동화되고 있다.




사각의 덩어리에서 비워진 공간은 내부와 외부가 서로 포용하며 관계 맺게 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며, 1층과 3층의 관통된 공간을 통해 가로변 안쪽에 자리한 뒤편 건축물을 관찰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보행자가 가로변 건축물의 벽을 넘는 3차원적으로 확장된 거리와 공간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방문자를 포용하며 건축물과 동화되게 하려는 노력은 1층에서 시작하여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지나 다른 편 길로 연결되는 내부의 길로 나타내었으며, 구조물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음영을 지나며 건축물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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