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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지구 단위 계획은 담을 못 세우게 한다. 그 결과, 대다수의 집이 프라이버시 확보라는 이유로 공용도로를 면해서는 창이 매우 적고, 내정을 향해서는 큰 창을 내고 있다.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마을의 길을 생명력 넘치게 할 수 있는 대안의 가능성을 없앤다. 프라이버시 확보라는 이유로 밖으로는 닫혀있고 안으로만 열려있는 많은 집들에 비해 삼대헌은 반대편에 서있다. 삼대헌은 집에서 공적인 생활 영역과 사적인 생활 영역을 구분키로 하고 공적인 생활영역은 적극적으로 거리와 소통하게 하였다. 많은 분들이 집이 지어진 다음 방문 하시고, 유리가 많아 ‘관리비’를 걱정하셨다. 삼대헌은 남측을 제외한 모든 유리에 3중 유리를 사용했고, 내단열재로 50mm 글라스 울과 외단열재로 비드법단열재 100mm를 사용하였다. 결과적으로 다락층과 지하층을 포함한 전체 공간의 관리비(가스비 온수비 전기세 등)를 가장 추웠던 달에 60만원 이하로 유지 할 수 있었다.
판교는 신도시답게 역사성과 맥락이 부족한 지역이다. 뿌리 있어 보이는 정체성의 확보는 불가능 한 것인가? 수원성의 전벽돌이 자주 떠올랐다. 삼대헌은 과거의 기억이 있되 동시에 미래로 전진하고 싶었다. 삼대헌에는 차갑고 현대적인 스테인리스와 유리가 푸근하고 오래된 전벽돌을 밀고 당기길 바라면서 사용됐다. 스테인리스와 전벽돌은 값이 비쌌다. 그래서 가로에 면해 공적인 면이 강한 북동쪽에만 사용하기로 하고, 사적인 면인 남서쪽은 스터코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북동쪽 면의 스테인리스는 아침 태양이 뜨자, 철면을 따라 핑크빛을 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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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전벽돌은 침묵하고 있으며, 스테인리스는 수다스러웠다. 일몰이 지나고 집안의 불빛들이 하나 둘씩 켜지자, 커튼월에서 두 뼘 이상 돌출되어 나온 전벽돌 박스는 유리에 의해 가볍게 지탱되어 자신이 지닌 물성으로부터 독립되어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서로 다른 역사적인 시간성을 함축하는 (전벽돌-과거, 스테인리스와 유리-현재) 재료들의 병치가, 빛의 변화라는 하루의 시간성도 뿜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고무되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삼대헌을 통해 가졌던 열린 질문들은 아직도 적당한 답을 얻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판교에서 지속적인 주택 작업을 통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답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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