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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yers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의 삶 속에서, 여운이란 단어는 언젠가부터 사치처럼 느껴지게 된 듯 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또다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영화 한편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이어가기도 전에 이내 자극적인 이미지에 노출되어 찰나의 연속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집으로 도달하는 순간은 또 어떠한가? 골목길을 걸으며 한발한발 집으로 향하는 설레임은 사라진 지 오래고, 어두운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경험은 어떠한 기억도 없는 찰나의 연속이다.
본 프로젝트는 오랜 외국생활 후 한국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는 노부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이다. 대지는 서울에서 북서쪽 외곽 방향으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퇴마산 자락에 위치한, 널리 둘러싸인 산새와 수평적으로 펼쳐진 저수지가 함께 어우러져 도심지인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풍광을 자아내는 곳이다. 우리는 일생을 찰나의 연속과 같이 숨가쁜 삶을 살아온 노부부에게 편안한 그러나 지루하지 않은 전원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주택을 선사하고자 하였다. 어떻게 하면 찰나와 같은 순간을 여운이 가득한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점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대지는 남북방향으로 산비탈과 저수지를 향해 열려 있으며 동서 방향으로는 숲과 인접도로를 향해 접해있는 86m, 25m의 길고 세장한 형상을 하고 있다. 상시 정주하는 곳이 아닌 세컨하우스임을 고려하여 외부에서 거주자의 부재 여부를 쉽게 가늠할 수 없도록 하였고, 주 사용자가 노부부임을 고려하여 수직적 단차를 피하면서 공간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게 하고자 하였다. 건물의 배치는 긴 땅의 중심에 위치시켜 남쪽으로는 각종 과실수와 함께 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원과 방갈로를 계획하여 거실과 주방과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였고, 북쪽으로는 대지가 본래 가지고 있던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면서 조경수를 계획하여 멀리 보이는 저수지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정원이 되도록 그 성격을 달리 하고자 하였다.
건물의 구성은 단층으로써, 남북방향으로 길게 뻗어져 있는 4개의 매스가 동서방향으로 수평적으로 레이어링 되어 있는 형상을 띈다. 도로에서 볼 때에는 다소 폐쇄적인 입면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출입구를 들어서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4개의 레이어를 동서방향으로 관통하는 긴 복도를 마주하며 시원하게 시야가 뚫린다.

Detail
각각의 켜는 그 성격에 따라 두께와 길이를 달리하며 주 출입구 및 게스트룸, 주방 및 식당, 거실 그리고 서재와 마스터룸 순으로 구성된다. 또한 각각의 켜들은 매끈한 마감에서부터 가장 깊숙한 곳의 거칠고 단단한 철평석의 마감까지 거침의 정도를 달리하며 중첩을 통한 깊은 공간감을 부여한다. 복도를 향해 한발한발 걸어가면, 레이어를 관통할 때마다 남북으로 틔어진 시원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켜들 내에서 혼합된 프로그램들은 이를 관통하는 복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리되지만 시각적, 물리적으로는 연결되어 시원한 공간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한 서로 성격이 다른 포켓정원은 각각의 공간들과 연계하여 더욱 다양한 공간감을 부여한다.

Section
긴 복도를 지나, 가장 깊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도달하는 일련의 시퀀스는 찰나의 순간을 여운으로 전환시키며 여유로움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마치 타지에서 고생과 성공을 지나 평화롭고 아늑한 여생을 보내려는 건축주의 인생을 닮은 듯 하다. 토양의 빛깔을 닮은 철평석 마감의 중첩된 벽체들은 저 멀리 중첩되어 보이는 산새와 함께 풍경 속으로 이내 녹아 들며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

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