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hotoshop의 크로핑이 이미지를 가다듬어 최종본으로 만드는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마무리 작업인데 반해, 장소의 크로핑은 즉발적으로 그 때와 그 곳, 그 분위기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우연한 비결정적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생성해낼 수 있다. 똑같은 풍경도 작가마다 다른 사진이 나오듯, 같은 공간도 그 때만의 상황과 각자 다른 무의식적 인지 방식에 따라 다른 장소성을 만들어 낸다. 지금 이 순간,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이러한 각자의 크롭핑 작업은 찌든 세상의 잊고 싶은 기억을 덜어내고, 담고 싶은 시간(duree)을 지연시키는 ‘자기편집’ 과정일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크롭하여 제거하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기억은 나만의 이야기로 함축되어 이미지화 된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신세계. 여타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선 작은 미물일 수밖에 없는 한계에 아찔해 진다. 올레길이라 명명된 현무암이 흩뿌려진 해안가 길을 거닐며 일상에서의 자유를 느끼고, 게스트 하우스나 세컨드 하우스와 같은 비일상적인 새로운 세상에 잠시 살며 세상의 속도를 거스르는 삶을 살아보는 경험은 무료한 인생에 신선한 영감을 선사한다.



하예 또한 그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이지만, 아직은 관광지로서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몇 남지 않은 시간이 정지된 곳이다. 너른 마당에 차분히 놓여진 건물은 하예의 다각적 뷰를 제공한다. 이는, 건물 내에서 자연을 누리는 파노라믹 요소의 일차원적 경관을 넘어서서 바닷가에서, 박수기정에서, 하예 마을 초입에서 느낄 수 있는 풍경화적 요소를 포괄하는데 있다. 이것마저 일반적이라면, 건물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견고함을 바탕으로 한 경계(Boundary)는 제주의 하늘, 바다, 산, 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경험의 근원이 된다.



콘크리트 프레임
가소성 있는 고정체로서 여러 경관을 연출하는 장면의 틀(Scene Frame)이자 공간의 틀(Space Frame)로서 인공적인 구축물로 제안되는 경관은 순간포착의 제스쳐로서 고정된 물리적 틀을 기반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눈으로 다른 경치를 재생성하게 한다.


목재는 숨겨진 틀(Hidden Frame)로서 콘크리트보다는 유연한 자연재를 이용,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주어 경관의 확장 및 편집의 도구로 사용되며 새로운 개념의 풍경화(Passage Editing)를 만들어 낸다. 청고벽돌과 돌무지, 제주판석은 생활의 틀(Living Frame)로, 인간의 손에 의해 자연재가 다듬어진 형태로서 거친 자연과 소통하고 적응해 나가는 인간의 행위가 자연스럽게 치환되는 과정이다. 이는 땅과 접지한 세상의 지층으로서의 기준과 경계를 구획하며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틀이 된다. 유리와 거울은 경관의 반사적 효과를 이용, 사유(思惟)적 틀(Meditate Frame)로서 무한히 복제되는 자연의 무아를 경험하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초현실적인 공간의 향유가 가능하게 하여 제주의 일탈적 휴양을 넘어 에너지를 만든다.











B동은 Stacking Villa의 형태로서 경사지형의 특징을 반영한 쌓기의 방식으로, 바둑이나 장기의 외통수의 격으로 한 방향으로 계속적 배치가 가능한 형태로서 다양한 형태 및 군집의 응용이 가능하게 하였다. 1개 동 당 2개의 유닛이 결합된 방식이고 그 2개의 유닛 중 하나는 2개의 방 이용이 가능케 하여 최대 3세대의 이용이 1개 동에서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C동 또한 경사의 이용이라는 점에서 B동과 맥락을 함께 하는데, C동의 특징은 옆집의 지붕이 내 안마당이 될 수 있다는 공유의 요소(Clipping Villa)를 띄고 있다. 이는 제주도 민가의 군집형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공생과 화합을 모태로 한 제주민가는 마당과 집의 경계를 낮은 돌무지기만을 둠으로써 이웃과 나의 것과 남의것을 함께 나누는 점을 모티브로 재해석 하였다.



D동은 A,B,C동과는 달리 독립형 건물로서 길과 지형의 특징을 이용하여 램프의 형식과 여러개의 마당을 둠으로서 갤러리 식의 여유로운 공간배치를 바탕으로 갈지(之)자 형태의 동선과 형태를 이끌어 낸다. 이른바 Zigzag Villa로써 수평적 어긋남과 수직적 어긋남을 이용하여 그 사이의 공간에 각각의 특색을 부여하여 각 실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우연한 시선의 교차를 유도하여 풍성한 경관 프레임을 느낄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