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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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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남겨진 땅
대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남겨진 자투리 땅이다. 개발의 중심에 편입되지 못한 채 바깥으로 밀려난, 경계의 땅. 초원에서 얼룩말 무리에 끼지 못한 한 마리의 코끼리처럼, 같은 땅을 딛고 있으나 같은 무리에는 속하지 못한 이질적인 존재로 보였다. 십여 년 전까지 이 일대는 저층 주택과 빌라, 작은 상점들이 모인 마을이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좁은 골목, 평상에 둘러앉은 이웃, 담 너머로 건네지던 소식. 건축주 역시 그 마을에서 자랐고 부모가 살던 집을 물려받았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과 정서가 대지에 깊이 스며 있었다.그 풍경은 이제 없다. 저층 주거는 철거되었고, 아스팔트 위를 점유한 대단지 아파트와 그 주변을 장식하는 조경 식재와 파고라가 남았다.
정리되지 못한 기억을 안고 남겨진 이들은 다소 쓸쓸한 감정에 머문다. 수년의 변화를 무던히 내려다본 금정산만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대지는 익숙한 골목의 안쪽을 벗어나 넓은 도로를 전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준비 없이 외부에 노출된 풍경은 낯설고 어색하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옛 동네는 이제 바라보이는 대상이 되었고, 이 건물은 그 경계 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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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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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서 상가로
맥락은 주택이 아니라 상업시설을 요구했다. 흐름을 읽고 교류하며 그 안에서 조화를 찾는 일이 이 땅의 새로운 조건이 되었다. 건축주 또한 그 흐름 속에서 대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이 건축은 주택에서 상가로, 내향적 구조에서 외향적 관계로의 전환을 요청받은 셈이다. 다만 오래된 기억과 골목의 선형, 비대칭 삼각형의 대지 형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건물의 외형과 동선에 깊게 반영됐다.
능선을 잇는 곡면
매스는 가용 용적을 채우되 전면 도로의 휘어진 곡선을 수용하여 사람의 시선과 동선을 부드럽게 끌어들인다. 전면의 곡선 파사드는 사람을 맞이하는 진입의 보이드로 기능하는 동시에 시선을 흐르게 하는 유도선이 되어, 길과 건축 사이의 관계를 형성한다. 곡면을 그리고 귀퉁이를 잡아끌어 경사지게 한 매스는 금정산의 회화적인 능선을 건축적으로 이어받으려는 시도다. 배경에 자리한 산의 선형과 건물의 윤곽은 겹쳐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며, 이는 과거의 초가나 기와지붕의 유선과도 맞닿아 있다.
디자인은 전면 도로와 그 건너편 녹지공원의 축선에 조응한다. 각 층의 매스는 분절되어 주변의 저층 주택들과 스케일을 조화시킨다. 곡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바람의 자취처럼 건물 표면을 스치고 지나가며 동적인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그 흔적 속에 도시의 기억과 풍경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했다. 전면 도로와 만나는 지점의 입구는 계단을 타고 옥상까지 이어지는 동선으로 연결되어 내부와 외부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벽돌, 작지만 단단하게
외부 마감은 벽돌이다. 주변 주거지의 물성과 조응하는 동시에, 적층적인 이미지로 매스의 스케일을 다듬는 역할을 한다. 대단지 아파트의 거대한 스케일과 대비되는 이 골목의 기억 속에서, 이 건축은 작지만 단단하게 주변과 소통하며 존재하기를 바랐다. 새로운 도로와 조건이 대지를 둘러쌌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는 좁은 골목과 사람들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 했다. 주변 맥락과 교감하며 조화를 시도하는 일, 그것이 도시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아크-원의 삶이다.



Plan_1F, 2F

Plan_3F, RF
아크-원
건축주는 이 건물에 '아크-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곡면의 입면이 금정산의 능선을 닮았고, 이 동네에 처음 지어진 그런 형식의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동네, 전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펼쳐진 곳에서 아크-원은 주변의 흐름과 리듬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와 의미를 정립하려 한다. 보여지는 형태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건축주의 기억과 동네의 이야기를 품은 건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곡면의 파사드가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러운 곡선처럼 남아, 작지만 깊은 감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