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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기억의 자리로 돌아와, 주거의 새로운 단면을 짓다
사직동은 건축주가 유년을 보낸 동네다. 친척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던 저층 주택지는 시간이 흐르며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자리를 내주었고, 옛 동네의 풍경도 그만큼 희미해졌다. 40대 중반의 가장이 된 건축주는 부모님이 여전히 머무는 옛집 곁으로 돌아와 삶의 터를 다시 짓기로 했다. 저층부에 근린생활시설을 두고 최상층에 네 식구의 집을 얹은 상가주택은, 그렇게 기억의 자리 위에서 시작됐다.
이주를 앞둔 건축주의 가장 깊은 고민은 면적과 브랜드로 주거의 값이 환산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있었다.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삶의 형식이 만들어낸 잣대 앞에서, 우리는 이 작은 상가주택이 아이들에게 어떤 일상과 자존을 돌려줄 수 있을지를 오래 궁리했다.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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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안 : 단단한 구축의 얼굴
'바우-안'은 세심한 건축주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사투리로 바위를 뜻하는 '바우', 독일어로 건축을 뜻하는 'Bau', 얼굴을 뜻하는 '안(顔)'이 겹쳐 '바위 같은 건축의 얼굴'이라는 뜻을 품는다. 건축주는 공간의 구성부터 프라이버시와 생활의 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그리는 모던하고 담백한 삶의 풍경을 소상히 들려주었다. 우리는 그 명료한 요구와 섬세한 태도를 실마리 삼아, 단순함이 지닌 공간 본연의 힘을 건물의 안팎에 일관되게 새기고자 했다.





Plan_1F, 2F

Plan_3F, 4F

Plan_5F, RF
입체적 마당, 그리고 층의 경계를 지우는 단면
아파트에서의 삶은 늘 소음의 통제와 맞닿아 있다. 층간소음이라는 제약에 눌려 있던 아이들의 하루에, 흙을 밟고 마음껏 뛰노는 단독주택 1층의 감각을 되돌려주는 일이 이 집 설계의 핵심이었다.
정북일조 사선제한으로 상층부의 매스는 자연히 깎여 나간다. 우리는 그 비워진 체적을 테라스로 두어 실내와 적극적으로 이었으며, 덜어낸 부피만큼 내부를 복층으로 엮어 입체적인 단면을 만들었다. 두 개 층으로 열린 보이드(void)는 층과 층 사이의 단절을 지우고, 가족의 시선과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교차시킨다. 거실에 머무는 이와 테라스에 나선 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느슨하게 이어진다. 방마다 딸린 테라스는 저마다의 마당이 된다. 언제든 문을 열고 나서면 뺨을 스치는 바람과 비 내리는 풍경, 아침의 새소리가 곁에 있다.
5층의 너른 마당은 여름이면 물놀이터로, 밤이면 별을 올려다보는 캠핑장으로, 겨울이면 눈싸움의 자리로 얼굴을 바꾼다. 그것은 단지 면적을 내어주는 일을 넘어, 계절과 함께 아이들이 자라고 가족의 기억이 켜켜이 포개지는 장소가 된다.
가로에 응답하는 우직한 풍경
건축은 조각과 달라서, 사람이 그 안에 머물고 쓰일 때 비로소 완성되고 지속가능한 의미를 얻는다. 건축가가 그린 공간이 건축주의 감수성과 만나 일상 속에서 충실히 쓰이고 있음에, 우리는 깊이 감사한다.
주변 저층 주거지의 맥락 안에서 바우-안은 이름 그대로 우직하고 강직한 매스로 앉는다. 단단한 큐브의 틈으로 자연을 들이고, 그 테라스에서 골목을 지나는 이웃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넨다. 이 집이 변화하는 사직동의 가로 풍경 속에서 이웃과 말을 나누는 잔잔한 자리로, 마을의 한 부분으로 오래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