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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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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각의 경계에 직조한 다정한 필터: 루시(Lucy)
부산 망미동. 거대 인프라인 해운대행 간선도로와 구도심의 정취가 남은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예각의 모서리. 대지가 가진 강력한 인지성은 역설적으로 상층부 주거 공간에 끊임없는 소음과 시선이라는 방어적 과제를 안긴다. 건축은 이 모순된 맥락 속에서 도시와 단절된 차가운 요새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주변의 빛과 풍경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거주자를 안전하게 품는 거대한 '필터(Filter)'로 작동한다.



Section

Section
빛이 매스를 관통하는 경이로운 형상에서 착안해 ‘루시(Lucy)’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입면의 다공성을 통해 건축적 해법을 모색한다. 육중한 매스가 주는 위압감을 덜어내기 위해 파사드를 수직으로 분절하고, 벽돌의 줄눈을 비워 쌓은 '영롱쌓기(Open-block)'로 입면을 완성했다. 이 픽셀화된 틈새는 낮에는 가로의 굉음을 1차로 여과하고 강렬한 빛을 미립자로 쪼개어 실내로 들이는 환경적 장치이자 천연 블라인드가 된다. 밤이 되면 내부의 인공조명이 다공성 외벽을 타고 흘러나와 마치 거리 위로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역동적인 도시 풍경을 완성한다.




아파트라는 획일적 주거 유형에서 상실된 '마당'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 역시 중요한 구축적 목표였다. 이를 위해 수직적 단면 곳곳에 세 개의 각기 다른 중정을 삽입했다. 외부의 볕과 공기를 직접 감각하는 ‘옥상 마당’, 사면을 차단하고 천장의 타원형 보이드만을 열어두어 빗소리와 함께 내면적 사유를 유도하는 ‘사유의 마당’, 그리고 수직 프레임 사이에 팽나무를 식재하여 가로와 실내 양측 모두에 한 폭의 차경(借景)을 선사하는 ‘켜의 마당’이 그것이다.
시간의 궤적을 오롯이 담아내는 물성의 선택 또한 건축의 깊이를 더한다. 적층된 시멘트 모노 벽돌과 보행자와 맞닿는 기단부의 거친 붉은색 스토(STO), 공용부의 노출 콘크리트는 인위적인 매끄러움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투박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조형성 이면에 감춰진 주거의 본질인 쾌적함은 직관이 아닌 정교한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됐다.



Plan_1F

Plan_2F~5F
치열했던 구축의 과정은 가장 건축적이고 따뜻한 에필로그로 맺어졌다. 인생의 2막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터전을 옮긴 건축주와 끊임없이 소통했던 유가건축사사무소가 이 건물 3층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건축가와 건축주가 한 지붕 아래 다정한 이웃이 된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이 단단한 조각적 그릇 속에서, '루시'는 사람과 건축, 그리고 자연이 어떻게 하나의 풍경으로 빚어지는지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