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색 바다를 마주한 육지 끝자락
남해의 동쪽 삼동면에는 물이 들고 나는 얕은 해안가를 따라 낮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리한다. 그중 갯벌로 잘 알려진 금천마을 인근 도로에서 펄이 있는 방향으로 한 발짝 더 깊숙이 들어서면, 환대하듯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로 바다를 향해 고요히 선 건물이 시선을 끈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비어 있던 모텔 건물을 한층 부드러운 인상으로 리노베이션한 호텔 '이제 남해'다. 대부분의 바닷마을이 그렇듯 목적 없이 지나가다 들르기엔 외진 곳일뿐더러 도로에서도 한발 물러서 있어 이곳엔 그 흔한 자동차 소음도 없다. 바다와 육지를 자유로이 오가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물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그윽한 생동의 흔적만이 유일하다. 그렇게 이제 남해는 땅이 만들어낸 선명한 풍경으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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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을 통한 감응의 시간
이토록 고요한 곳에서 공간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멍하니 객실에 앉아 물이 지나가는 자리를 지켜보는 일만으로 휴식이라 말할 수 있으 테지만, 이는 바다를 낀 각지의 숙박시설이 저마다의 오션뷰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부족한 콘셉트였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는 대지가 이루는 고유한 적요의 풍경에 다시금 집중했다. 고요한 환경은 각종 소음으로부터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기에 좋은 조건이다.
감각을 하나둘 열어가는 과정에서 그간 놓쳐 왔던 마음과 새롭게 조우할 수 있고, 이내 그 마음을 움직여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곧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다. 그렇게 '감각을 영어 감응을 이끌어낸다'는 주제는 이제 남해의 주요 콘셉트가 되었다. 대지나 구조의 맥락을 주로 살펴 설계를 끌어가는 일반적인 접근에서 나아가 공간에 담길 콘텐츠까지 적극적으로 고민한 결과다. 호텔과 같은 상업시설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축 공간뿐 아니라 브랜딩과 운영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운영자와 디자이너는 세 요소에 나란히 비중을 두고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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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닮은 건축
기존 건물은 'ㄱ'자와 'ㄴ'자의 형태가 합쳐져 'ㄷ'자를 이뤘다.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인 이상 형태에 큰 변화를 주기를 어려웠고, 복잡한 조형을 정리하는 일이 우선시됐다. 이에 더해 어느 방향으로 건물을 개방하고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일차적으로 객실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중정 방향으로는 닫힌 인상을 취했다. 그럼에도 마주하는 이들로 하여금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상층부 벽면에는 멱돌을 하나하나 쪼개 쌓아 올려 작은 여백을 품은 패턴을 더했다.
이를 통해 빛이 내리쬘 때 벽체의 소재들이 반사되면서 자연스러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또한 울퉁불퉁한 표면은 마치 잘게 바스러진 자갈의 질감을 연상시키면서 촉각적 매개로 기능한다. 외장재용 벽돌은 최대한 땅과 어우러지도록 마주한 갯벌과 가까운 색으로 골랐다. 그리고 비어 있던 중정에는 대나무를 심어 바람정원을 조성했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감각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둔 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