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사업, 완벽한 건축물을 위한 완벽한 계획
GBC 개발 호재로 삼성동 일대가 들썩였다. 조용한 주택가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오직 사무소 임대수익을 위한 근린생활시설 신축이나 용도변경을 위한 공사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주민으로서는 몇십 년 세월 옆에 살던 이웃은 조용히 사라지고, 어느새 낯선 외지인이 우리집 거실 바로 앞 책상에 앉아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정도로 급작스러운 변화였을 것이다.





Diagram
마찬가지로 이 건축물도 갑자기 생겨났다. 전에 살던 분은 40년 전에 주택을 짓고 지금까지 살았다고 했다. 건축주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 땅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모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수익 극대화는 가능한 낮은 사업비, 잠재력은 최대한 연면적을 많이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우후죽순 생기는 신축 건축물과 비교해 높은 상품성을 가지려면 모든 층에 전용공간을 제외한 테라스 같은 서비스 공간이 있어야 했고, 무조건 창은 크게 많이 뚫려 있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한 사업, 완벽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무모한 도전, 오늘날 지구라트가 시작됐다.




Site Plan
많은 제약사항을 관통하는 새로운 개념의 구조미 해석
3종 일반주거지역의 이면도로에 자리한 작은 대지는 계획하기 어려운 건축 중 하나다. 부동산에서 건폐율 50%, 용적률 250% 계획이 가능하다고 단순히 기준을 알려준 것은 건축주에게 괜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일조에 따른 높이 제약이나 주차 계획으로 감소하는 1층 바닥 면적을 고려하면 절대 쉽지 않은 기준이다.




Elevation
7층까지 꽉꽉 채워 용적률을 만족하는 동시에 각종 법과 규제들을 적용하면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고깔처럼 좁아져야 했다. 게다가 사업성을 위해 층마다 테라스를 확보하고, 최대한 크고 많은 창을 계획하게 되면 구조적 부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첩첩산중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차면 시설을 요구하는 민원들이 들어왔고, 계획은 건축주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Section
어려운 조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고민을 간소화했다. 구조적 합리성과 각종 목표를 만족하는 데 필요한 키는 무엇일까? 결론은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의 복합 시스템이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화장실이 이루는 코어를 단순화해 중심을 잡고, 나머지 공간은 방향성을 가진 벽처럼 기둥을 만들어 각종 좌굴과 횡력의 저항을 견딜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시선을 차단하는 벽의 길이를 늘렸다. 벽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매트한 벽의 재료와 구조체를 감싸는 매끈한 유리의 촉감 상대적인 요소로 작용해 건물을 더욱 매끈하고 빛나게 만들고, 개방감 있는 건물로 보이게 한다.





Plan_B1, 1F
구조적 해결에 이어 3층 이상의 바닥 슬래브를 무량판 구조(Plat Slav)로 계획했다. 이는 층 별 테라스로 생기는 수직구조체의 전이(Transfer)에 따른 부하를 줄여준다. 또한, 가로구역별 높이 제한과 일조에 따른 제약에도 보 춤의 깊이 축소를 극대화 해 높은 층고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Plan_2F, 3F
2가지 구조적 해결방법은 자연스럽게 건축물의 입면 디자인까지 이어졌다. 각 층 테라스의 형태와 무량판 구조는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었고, 수평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이 건축물을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이라 생각했다. 벽 같은 기둥과 기둥을 감싸는 유리는 주경과 야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만들고, 전체적으로 사용된 어두운 톤은 더 극적으로 구조미를 표현한다. 가로 선형 패턴의 반복은 좁고 긴 건물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동시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건설된 계단식 피라미드의 현대 버전, '오늘날 지구라트'로 보이길 바랐다.





Plan_4F, 5F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한 위대한 시도
인간은 미완의 창조물이다. 문명은 발전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인간을 늘 결핍되게 하고, 결핍은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 신을 동경하던 인간은 그들에게 닿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그 중 하나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였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넓은 면적의 사각형 테라스 형태의 기단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태로 높이에 한계가 있었다. 지구라트는 시간이 흘러 사각뿔 피라미드가 되고, 뾰족한 탑이 되었다가 오늘날에는 수백 m의 초고층 빌딩이 되었다. 다양한 형태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건축 기술은 고대에서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




Plan_6F, 7F
오늘날 우리는 기술이 부족해서 원하는 바를 못 이루기보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제약은 각종 규제나 법일 수도 있고, 예산일 수도 있고, 각종 주변 민원이나 기술자의 숙련도, 건축주의 의지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 한계로, 오늘날에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신은 여전히 인간에게 욕망을 절대 충족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우리 인간은 지구라트를 만들었던 것처럼 각종 제약의 빈틈을 파고, 응용해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상의 목표에 다다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화의 촉매재가 된다. '오늘날 지구라트'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