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
사진
시공사




대지가 자리한 도시는 밀도가 높고 건물 간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한 주거 지역이었다. 최대한의 건폐율과 용적률로 채워진 중소규모의 주택들이 대부분인 곳 가운데 '정유헌停庾軒'이 자리하게 되었다. 정유헌은 노후화된 옛집을 철거하고 다시 신축한 집이다. 기존 집은 동네에서 얼마 남지 않은 마당이 넓고 나무가 많은 2층 단독주택이었다. 자연을 잘 유지한 덕에 동네에서 '나무 많은 집'으로 불렸고, 근처 아차산에서 새들이 자주 찾아오는 집이었다. 건축주는 건폐율과 용적률은 확보하되, 자연을 다시금 조성하여 이전처럼 새들이 찾아오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집을 원했다. 빽빽한 도심 속 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새로운 요소를 구축하여 중소규모의 주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정유헌을 통해 발견하고자 했다.




Ele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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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기억, 행위
대지는 건축주 가족이 4대에 걸쳐 45년간 살았던 터였다. 오랜 추억이 담긴 노후화된 집을 허물고 새로운 삶의 모습을 담고자 신축을 결정했다. 건축주는 옛집에서의 기억과 경험들이 새로운 태도로 변환되어 이어져 가길 바랐고, 옛집에서의 기억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가족의 역사가 담긴 옛집의 흔적들을 보며 어떤 것을 새롭게 바꿀지 고민했다. 그중 옛집의 1층 마당과 조경, 2층 베란다의 기억과 행위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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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평적인 넓은 마당은 수직적인 베란다, 발코니로 변환되어 각 세대의 작은 마당이 되었다. 특히 건축주가 거주하는 3층 베란다는 옛집 베란다 크기를 고려했고, 계절별 놀이, 빨래 건조, 김장, 캠핑 등 옛집의 기억과 행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앞마당에는 단풍나무, 측백, 라일락 등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심어져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신축하면서 기존에 있던 수종들을 1층 외부와 중정 등에 옮겨 심었다. 또한, 기존 정원석들을 남겨 옛집의 기억과 행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Plan_B1
다층적 관계의 연결
건물의 입면은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입면은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도시 풍경을 구성하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고, 공간을 인지하게 하며 도시의 인상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제2종 근린생활시설과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된 건물의 입면을 계획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인지, 기억, 연결'이었다. 삼거리에 자리해 어디서든 보이는 정유헌이 보행자에게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이 되길 바랐다. 도로의 형태와 흐름을 고려해 건물의 매스를 잡고, 매스의 볼륨감과 곡선이 잘 표현되도록 STO외단열시스템으로 마감재를 선택했다. 매트한 흰색과 대비되는 거친 검은색을 적용한 건물은 보행자가 길을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고, 햇빛의 위치와 밝기, 계절, 시간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저층 기단부는 '노란 나무 대문집'이라 불리던 이전 집의 맥락을 고려해 송판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Plan_1F
자연과의 접점
정유헌은 중정과 공용공간, 외부 데크를 통해 건축과 사람, 자연이 소통하는 방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북향에 배치한 1층 중정은 건물 내부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을 유입하고, 내부 공기가 순환하게 하여 밝고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중정은 도심 속 틈을 만들어 거주자와 지역 주민에게 쉼을 주는 구심점이자 건물의 중추 역할을 한다.





Plan_2F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연결된 공용공간은 단순한 수직 이동을 넘어, 걷다 멈추어 명상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산책로와 같은 공간이 되도록 했다. 1층에서 3층 계단실은 중정과 연결하여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했고, 3층에서 5층 계단실, 홀은 천창과 고측창을 통해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북쪽에 이웃한 집과 맞닿아 있어 답답했던 공간은 다양한 창으로 빛이 들어와 환해지고, 콘크리트벽에 비추는 빛과 그림자는 차가운 콘크리트의 물성마저 잊게 한다. 공용공간에서 거주민은 자연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각 층 외부 데크는 작은 마당의 역할로 식물을 가꾸거나 차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다. 또한, 계절이나 날씨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Plan_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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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에서의 삶은 공동체보다 가족, 개인 생활이 중심이 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으로 적정한 거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면서 개인 중심 생활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사회적인 동물로 공동체-가족-개인 간의 적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Plan_5F

Plan_Attic
정유헌에서는 건물 내부와 외부, 건물과 도시,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등 다양한 요소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공간을 제안했다. 세대 간 프라이버시는 존중하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 거주자들에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 각 층에 한 세대만 거주할 수 있도록 구성해 공용공간, 현관, 거실, 외부 데크를 하나로 연결해 수평적 순환구조를 제시했다. 또한, 외부 데크는 개인의 공간이지만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반 공공공간의 역할을 한다. 동네 풍경을 감상하며 다른 층의 거주자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심리적, 사회적 연결을 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