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이 프로젝트는 공간의 개념부터 병원 브랜드 작업까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디자인 작업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졌다. 공간에서 전해지는 이미지가 그대로 병원의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됐다. 또한, 이 병원은 일반 치과와 달리 순전히 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아 전문 치과’다. 어린이들이 두려워하는 공간 ‘치과’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디자인 작업에 집중했다. 어린이와 보호자의 감성적 자극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요청한 클라이언트를 만족하기 위해 공간 전체에 형태적 네러티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신도시 신축 상가 건물의 경우, 엘리베이터 홀을 기준으로 거의 같은 형태의 공간을 직렬 배치하여 분양하는 형태다. 입주하는 병원 한 칸의 공간을 임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옆으로 길어지는 평면 형태를 보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공간 구조는 치과가 가지는 진료 동선과 환자 동선을 고려하여 긴 복도를 가지는 평면구조가 나오게 된다. 대부분 많은 진료실을 원하기에 상업 건축으로 나오는 치과 인테리어의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평면 구조는 대기실에서부터 진료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중앙 복도의 동선과 디자인 전개가 병원 이미지로 이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실에서 진료실 복도로 진입하는 어린이의 두려움과 경계심을 어떤 디자인으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한 설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치과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해 주기 위한 디자인 요소로 스케일, 컬러, 밀도라는 세 가지 언어에 집중했다. 

다양한 형태의 기하학적 도형의 조화와 대비, 각 공간을 넘나드는 비선형적 형태는 공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어린아이와 보호자를 연결해 주는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톤 온 톤(tone on tone)의 전체적인 컬러 조합과 대비되는 색채 배치와 다양한 투명도를 가지는 유리를 레이어드로 밀도 조절을 반복 사용했다. 그 결과, 공간에 다채로운 깊이와 더불어 전체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는 패턴과 리듬감이 생겨났다. 대기실과 진료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효과를 확보하면서 자칫 어린이의 눈높이에만 맞춰질 수 있는 소아치과의 분위기를 보호자의 감성에도 대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 

공간 전체적으로 보이는 변형된 원형의 집합은 리듬감이 강하고, 음운적 특성이 강한 유아 언어인 의성어를 형태화한 작업이다. 유아들의 놀이 속 언어는 문법체계가 무시된 의미 없는 음성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규칙을 형성하며 의사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독특한 형태의 언어가 의성어의 범주에 속하며, 그 근원은 감성 언어로 남녀 구분 없이 직감적으로, 감각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어린 아동부터 어른에게 이르기까지 연령 구분 없이 통용되는 유일무이한 언어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의성어에서 형태화된 비선형적 형태는 어린이와 보호자, 그리고 각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시퀀스적 요소로 다루어졌으며, 형태가 가지는 상징성과 장소성을 공간의 콘셉트로 접근했다. 

병원의 정보를 문자로 직접 전달하기보다 전체 공간 이미지로 전달되는 다차원적인 정보가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강한 기억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