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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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초등학교, 중학교의 체육관 증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시는 설계공모 방식을 택하고 있었고,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은 설계용역 입찰을 통해 짓고 있었다(경기도는 최근 설계공모 대상을 설계비 2억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체육관 단독이면 여전히 입찰로 나올 것이고 체육관과 급식시설이 함께 포함된 경우면 설계공모로 나오게 되겠다). 두 방식으로 지어진 결과물이 이제는 제법 쌓였기 때문에 아카이브로 정리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설계공모를 통한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고 있는지, 실제로 더 나은 결과물과 공간의 질을 만들어 내는지, 또 한계는 무엇이고 그것을 넘어설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양명초등학교 체육관 및 급식시설 설계공모에 당선된 우리의 제안은 지금과는 다르게 모든 프로그램을 1층으로 배치한 안이었다. 왜 체육관이 2층이나 3층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체육관이 운동장과 소통하며 1층에 있거나 반쯤 땅 아래 묻혀서 볼륨을 줄이고 지붕을 정원이나 놀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단순한 마음으로 1층으로 된 계획안을 제출했고, 운 좋게도 당선이 되었다. 그리고 1층짜리 체육관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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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2층짜리 체육관 앞에 서 있다. ‘필로티(급식실) 위 체육관’이라는 전형성만큼은 피해 보자고 시작한 여정이 그 전형성으로 끝맺게 되었다. 풀어내면 긴 이야기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교정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해야 하는 학교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논리가 있었지만, 논리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과 치열하게 고민했고, 후회 없을 만큼 대안을 만들었고, 현장에서 싸웠던 그 모든 과정의 결과물이 지금의 체육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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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은 도로보다 5m가량 높다. 아이들은 주로 교정과 도로 사이에 있는 완충 녹지를 점용하여 설치한 목재 계단을 통해 등교하고 있었다. 설계공모 단계에서는 이 목재 계단을 조금 손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시설계를 시작하고 보니,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도로에서 운동장 쪽 옹벽에 터널을 뚫어 신설 정문으로 만드는 안을 따로 생각해두고 있었다. 내버려 두면 체육관도 학교도 망가질 터였다. 터널 형식의 정문 계획을 다듬고, 체육관의 매스와 연결했다. 한쪽으로만 둥글게 꺾여 들어오는 새 정문은 등하교 시 더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방향을 그대로 반영한 디자인이다.
Elevation
Elevation
체육관은 벽돌 한 가지 재료만으로 건물의 볼륨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을 의도했다. 그만큼 벽돌의 색상과 질감이 중요했는데, 한 달 반 가까운 시간을 들여 결국 이 프로젝트만을 위해 벽돌업체에서 따로 주문생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설계자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해준 학교 측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1층 체육관의 꿈은 사라졌지만, 식당만큼은 운동장에 면하여 장방형으로 배치하고 가능한 큰 창을 두었다(이 또한 급식 컨설팅 회의 과정에서 동선과 효율성의 이유로 전면 재설계가 될 뻔하였다). 식당보다 3m 가깝게 돌출된 2층 체육관의 매스는 식당에 햇빛과 비를 가리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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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늦어져 아직 아이들을 맞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새로 생긴 정문과 이 단순한 벽돌 덩어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훗날 아이들의 추억에서 어떤 배경으로 남을지, 설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내는 요즘이다.■
Plan _ 1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