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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길과 부정형의 필지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에 자리한 대지는 역곡역과 가깝고, 주변으로 저층형의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동쪽으로 유한대학교가 있는 안곡로의 막다른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어, 도로변 소음의 방해를 박지 않고, 안정된 업무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장소였다. 다만 막다른 도로의 길이가 35m 이상으로 6m 도로폭을 확보해야 했기에 건축선이 후퇴했고, 대지는 기다른 코끼리 코와 같은 모양을 하게 됐다. 대지 초입부의 폭이 좁고, 동서방향으로 긴 장변에는 일자형의 직통 계단과 엘리베이터 홀, 복도 등 수직과 수평 동선 공간을 배치했고, 화장실과 같은 부속 공간을 연결했다. 더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대지 안쪽에 전용 공간을 배치했고, 층별로 기능이 다른 각 부서를 담아냈다. 막다른 골목길과 부정형의 필지는 변하지 않는 한계 조건이었지만, 내부 동선과 프로그램 배치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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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조율

건축주는 제어 및 계측 관련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부천시 괴안동에서 창업해 사업이 확장되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후 다시 고향인 부천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20여 명의 젊은 직원들이 가족같이 지내며 생산과 연구, 마케팅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처음 설계 의뢰를 받았을 때 익숙하지 않은 건축주의 업종을 이해하고자 사무실을 방문해 생산과 연구 방식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개발 및 생산 흐름과 체계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에 적합한 공간 구조와 프로그램 배치를 구상했다. 지하 1층은 상품의 포장을 위한 차고, 지상 1층은 고객들을 위한 미팅룸과 접견실이다. 지상 2층은 제품 생산팀, 지상 3층은 연구로, 지상 4층은 영업 및 마케팅팀이다. 최상층인 5층은 관리부와 대표실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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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서의 층별 평면 조닝을 계획하며 업무 비중이 높은 상품 생산과 출하의 효율성을 우선으로 검토했다. 각 부서 사이에 업무 네트워크를 조사하고, 관계가 밀접한 부서들은 근거리에 배치해 업무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했다. 또한, 회사 내에서 구성 인원이 많은 부서는 일조에 의한 높이 제한 영향을 적게 받는 저층부에 배치해 전용 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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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의 풍경

괴안동 대지 주변은 오래된 주택이 둘러싸고 있다. 신축되는 사옥이 주변 건물보다 돋보이고, 화려하기보다 주거지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이에 외부 마감재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사한 성격을 지닌 두 가지 재료로 정리했다. 가장 큰 면적을 구성하는 마감재는 콘크리트 벽돌이다. 벽돌은 내부의 종석이 드러나도록 절단해 사용했으며, 모서리에서 벽돌의 크기를 다르게 하여 줄눈의 형상이 불규칙적이며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가지도록 했다. 또한, 줄눈 시공 시 벽돌이 지닌 거친 질감과 어우러지도록 줄눈재를 넣고 굳기 전에 다시 표면을 긁어내도록 했다. 외벽을 이루는 또 다른 마감재는 EPS 문양거푸집 콘크리트다. 문양 거푸집 시공을 위해 중단열 공법을 적용했고, 거푸집 해체 시 EPS 폼의 문양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다. 세로로 긴 콘크리트 문양은 시간대에 따라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시시각각 건축물의 표정을 변하게 한다. 벽돌과 문양 거푸집 콘크리트의 색상을 유사하게 적용해 건축물의 전체적인 표정은 단정하며, 통일감을 가지면서도 재료가 지닌 각 질감과 구법 등이 솔직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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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비워진 채로 방치되어 있던 막다른 골목길과 정리되지 않은 주변의 어수선한 풍경 가운데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게 됐다. 기존 풍경을 무시한 채 낯설게 홀로 돋보이기보다 기존의 거주 질서를 존중하며 정연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기존의 지역주민과 마주하며, 골목길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나아가 회사가 처음 설립되었던 동네로 돌아오며, 회사 구성원 모두가 업무 효율을 지속해서 높이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불편함 없이 작동하는 건축물이 되길 희망한다.